화보부터 앨범 재킷까지 꽃과 식물로 선보이는 비주얼 디렉팅
사진 출처 | ELLE KOREA
꽃은 누가 어떻게 만져도 아름답다지만 많은 언론이 플로럴 디자이너 하수민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는 것. 그것이 <보그 Vogue>, <알루어 Allure> 등 유명 잡지나 유명 아티스트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패션&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비주얼 작업, 이벤트, 선물 작업부터 아티스트 앨범 재킷 등 꽃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며 13년간 작은 숲 글로브 Grove를 만들어 온 하수민과의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하수민 플로럴 디자이너와 그리너리 백 사진제공 | 글러브
처음에는 당연히 영국이나 독일의 유명한 플라워 스쿨에 다녀온 후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좋아서 우연히 플라워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배우면서 활동했거든요. 해외 유학을 간 적이 전혀 없어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과는 다른, 그래서 '글러브스러움'을 얘기해 주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인 것 같아요. K-style이라고나 할까요(웃음).
글러브를 보면 플로리스트의 활동 범위도 넓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꽃이나 식물을 이용한 비주얼 작업의 촬영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짧은 시간에 진행되면서 모델, 헤어, 메이크업 등 많은 스태프가 참여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기획안이 나오면 다양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참석하는 분들과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기존 작업물과 동일하게 촬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톤 앤 매너나 분위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몇 장이나 필요한지, 꽃이 보조 수단인지, 메인 세트에 포함이 되는지를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TWICE < Eyes wide open > 작업 © JYP엔터테인먼트
시간, 예산, 그리고 컨셉에 맞는 재료를 준비한 후 디자인은 대부분 현장에서 전개됩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면 고정된 세트 안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세팅하고 다양한 컷을 보여주는 작업에서는 이동이 용이하도록 미리 블록화해 둡니다.
작업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이 있습니다.클라이언트의 의도에 따라서 내 의견을 반영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 직업은 저 혼자 작업에 만족해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는 거예요. 그게 아무리 새롭고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해도요. 그 외 포토그래퍼를 통해 꽃의 색상을 신중하게 골라줍니다. 자연광을 살리는 분이 있는 반면, 조명을 강하게 하시는 분도 있어요. 촬영 스타일에 따라 컬러가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과 해서 고른 작업사진 출처 | ELLE KOREA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무엇입니까.저번에 ELLE KOREA와 함께했던 4월호입니다 요즘은 모던하고 심플한 컨셉의 화보가 주로 올라와요. 그래서 꽃으로 아트피스를 만들거나 식물들이 임팩트 있는 사진이 많지 않은 편이죠. 그런데 이 화보는 패션에 보태니컬 아트가 살아있는 작업입니다.
사진 출처 | ELLE KOREA
기획안을 받을 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어요.(웃음) 기획해 준 주가은 디렉터와 조기석 포토그래퍼의 호흡도 정말 잘 맞았어요. 현장에서 잊지 못할 기쁨을 느낀 만큼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꽃의 매력을 전하는 수업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원더월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글러브만의 어떤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글러브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디자인이 글로브 스타일이라고 할까,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나 언론과 아이디어를 주고 받을 때는 그런 정체성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죠. '글러브는 새로운 걸 해줄 것 같아!' '글러브에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해 주세요. 이게 글러브다움 아닌가요? 그리고 작은 일에도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붓습니다. 이런 면도 저희를 찾아주시는 이유 중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고
35년간 목욕탕과 교회로 사용된 금호알베르에서 5월 9일까지 열린 전시 <Therebe>.박소희, 임지숙 플로리스트와 함께 했다. 사진제공 | 글러브
4월말에 했던 전시<There Be>를 알고 싶습니다.박소희, 임지숙 플로리스트와 함께 하기로 했던 전시가 코로나에서 취소되면서 '이렇게 만난 김에 뭔가 하자!'고 생각하고 시작했죠. 꽃은 다른 작품의 보조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꽃을 메인 주제로 삼아 멋진 것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엔 소규모로 친지들에게만 공개하려고 했는데 완성되니까 대중에게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 홍기웅 사진 출처 | Pr oject_therebe 인스타그램
꽃이 피고 지는 과정까지 보여주고 싶어서 3주 동안 무료로 개방했어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한국에서 이런 전시를 볼 줄 몰랐다는 감동적인 소감도 들었어요. 전시 <Therebe>를 통해 영감을 받은 향후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많은 플라워 아티스트들의 활약도 보고 싶습니다.
그리너리백의 오렌지색 라벨은 옷의 라벨에서 제거했다. 사진제공 | 글러브
비주얼 작업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꽃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그리너리 백이 인상 깊어요.가방처럼 편하게 들고 다니면 편하고 재밌게 꽃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꽃 한 송이를 들고 다니는 내내 불편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집에 가져오면 행잉베이스로 걸어서 즐길 수 있어 활용도도 높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너리백이 타인의 선물이라면 '플라워 포켓'은 나를 위한 한 송이 꽃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사진제공 | 글러브
최근에는 '플라워 포켓'을 발매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방에 꽃을 한송이씩 달면 얼마나 거리가 아름다울까요? 미니 버전의 그리너리 백으로 가방이나 옷에 붙일 수 있도록 후크를 추가했습니다.
아이유 <LOVE POEM> 앨범 자켓작업© 카카오엠
꽃의 종류나 질감 말고도 색깔 배치도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인터뷰에서는 자신만의 취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하던데 작업을 돕는 영감은 주로 어디서 나오나요.생물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오랫동안 직장을 떠나기가 어렵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거나 하는 것은 힘든 환경입니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편입니다. 가로수가 예가 됩니다. 다른 수종의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녹색을 뽐내며 균형을 잡아가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을까요? 다양한 텍스처가 자연과 어우러진 산과 들판 같은 대자연도 있습니다. 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직장에서는 재미도 느끼고 자극도 받습니다.
사진 출처 | 원더월
10년 이상 꽃을 만져 온 아름다움이 있을 것입니다.제가 지금까지 만난 수천만 송이 중 하나도 똑같은 모습을 한 꽃은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게 큰 매력으로 느껴져요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나 꽃도 물어보고 싶어요.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아가팡서스'입니다 청자색 빛깔과 길고 시원한 줄기, 그리고 임팩트 있는 꽃 얼굴까지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 있어요. 식물도 너무 많습니다만, 지금은 유화에 비유하는 훌륭한 색상의 독일 아일러스가 생각납니다. 플로리스트에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계절마다 프로젝트마다 바뀌거든요. 지금 한 대답은 모두 이 계절에 생각나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또 변할지도 모릅니다!
사진제공 | 글러브
요즘은 프렌테리아가 인기가 많아요. 가정에서도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작은 팁을 준다면?식물을 넣기 어려운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달이든 일년이든 잘 키워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보세요. 평생 이 식물과 함께하자라는 큰 포부 대신. 죽이는 게 무서워 못 시작한다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플로리스트로 참여한 .|사진출처|보그코리아
꽃가게 운영, 꽃과 식물을 활용한 비주얼 디렉팅 등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고 있습니다.제가 만든 꽃이 우리 모두의 인생에 작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남아있는 좋은 추억 같은 거죠. 문득 생각났을 때 미소 짓게. 제 꽃을 만난 순간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계획을 세우고 사는 편은 아니에요.(웃음) 평소처럼 주어진 모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려고 해요. 정체되거나 낙오되지 않도록 매일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글러브 | 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단 정혜민(designpress2016@naver.com)자료제공 | 글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