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싶은 말, 카일라스 가는길 벌새, 우리들, 내가 죽기 전에
------------------------------4년 전, 집을 고치며 책과 영화에 빠져 사는 가족이 가장 중요시한 것은 책 수납과 스크린 매립이었다. 예상과 달리 리모델링이 원활하지 않아 오랫동안 검색해 즐겨찾기로 만들어 놓은 가정용 소규모 스크린과 프로젝터는 수급이 막혔지만 급조한 사무용 스크린과 프로젝터는 낮에도 집을 극장처럼 만들어 준다.(그만큼 출혈은 심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운영하는 주말 홈시어터 어제 상영작은 벌새(2018), 우리(2015),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2017), 카일러스로 가는 길(2020) 순. 별 생각 없이 각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는데 보는 사이에 세대별 성장영화 시리즈가 됐다. 단순하게 보면 주요 캐릭터의 나이도 갈수록 고령이 된다. 그 사이에 중장년 사유에 관한 얘기가 추가됐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그동안 어떤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까.
<벌새>의 여운이 둘째가 학교에서 본 <우리>를 소환해 다시 봤는데, 아동 청소년의 고민과 시각에 대해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1994년의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중학교 2학년 사춘기 소녀의 행동에 초등학교 5학년 자녀는 부끄러워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는 흥미롭고, 자녀의 관점에서도 응답 시리즈 이외의 시대상을 논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셜리 매클레인을 보기만 해도 고마운 영화다. 선택하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은 중년의 프리미엄. 80세의 완벽주의 은퇴 광고인과 30대 전후의 소녀감성 부고 전문기자, 9세의 4차원 흑인 외계인 소녀 로드무비, 버디무비의 교과서적 장면이 짧아 아쉬웠지만, 계속해서 <카이러스의 길>로 채워져 좋았다.둘째, 더 즐거운 84세 노인의 카일러스산 구도여행은 아들과 아들의 지인들이 노인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둘 대목이 있다. 이에 호응하는 노인들의 긍정적 마인드와 솔선수범은 두 번째로 봐도 신비롭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놀랐지만, 조금 작은 스크린으로 두 번째로 보면 편집의 세심함도 보인다.이춘숙 씨의 첫 네팔인 히말라야 여행기인 <무스탕으로 가는 길>(2017)의 일부가 포함된 것도 짐작할 만하다. 의미로 보면 카일러스행. 재미로 따지면 무스탕행이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셜리 매클레인과 이춘숙은 모두 1934년 동갑내기. 동서양의 에너자이저 노인들의 왕성한 발걸음에 울고 웃을 시간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많은 노인들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의 시각에서도 흥미진진했던지 연신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탄성을 지른다. 금방 어머니가 생각난 짝은 더 나빠지기 전에 어디든 데리고 가고 싶어한다.생각할 게 많은 영화만 봤는지 초등학교 5학년 둘째가 단순한 화려한 영화를 입가심처럼 보고 싶어 고른 『삼생삼십리도화』(2017) 추가 상영. 화려한 색책과 독특한 의상과 미려한 배우만으로 눈을 달랠 수 있다.낮부터 밤과 야식까지 식탁에 올려놓은 당일배송 오메기떡과 치즈빵과 우유와 무우유 라면으로 배부르게 보낸 불량스럽고 의미있는 토요일. 자정이 넘어서 배탈이 난 막내아이의 손을 빼서 약을 먹이면서 반성했다. 지나침은 마치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